너무나 오랜만에 작업 블로그에 글을 쓴다.
이렇게 불성실한 제작일지라니..... 부끄럽지만; 어차피 별로 보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여름쯤 나는 작품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이야기 인것 같았다.
스스로의 삶도 감당하지 못하는 찌질한 내가
나 때문에 더 힘들게 살고 있는 우리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그 때는 그랬다.
카메라를 들고 있다가도, 촬영한 테잎을 다시 보면서도 몇 번이고 이게 잘 하는 짓인가? 라고 질문했다.
그래, 나는 멀리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이 빌어먹을 다큐멘터리 라는 것으로부터
돈도 못벌고 가난하기만 한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피하다가 다시 편집 컴퓨터 앞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을 생각했다. 엄마. 다른 아주머니들.
그리고 언젠가 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될지도 모르는 어떤 사람들.
요 며칠 엄마는 엄마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 자신의 현실로부터 도망가고 싶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를 가지고 생전 처음 가보는 시골 동네로 시집을 가게 되었을 때일까.
서울에 올라와서 돈을 버느라 자기가 누군지도 모를 때였을까.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았을 때였을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일까.
내일 믹싱을 하기로 했다.
끝이 영원히 나지 않을 것 같더니. 어쨌든 끝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끝나지 않는 어떤 것이 다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게 두렵다.
영화는 끝났지만
이제 서른이 되버린 나는 그 어떤 것도 낙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것도 바보 같은 생각이다.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낙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비관과 비관과 비관 사이에서 그럼에도 낙관하는 어떤 순간 때문에 지속되는 것이라는 거...
송여사님이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설명하는 게 맞는건지 절대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서 반복해서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송여사님께, 그리고 송여사님의 친구분들께
고맙다.
허접한 영화지만
영화를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삶을 지속시키는데 나의 영화가 손톱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런것 뿐이니까.
그만큼의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좋겠다.